[환율요동, 금리여파] 韓통화정책 '차별화' 가능한가
  • 일시 : 2024-04-17 09:58:01
  • [환율요동, 금리여파] 韓통화정책 '차별화' 가능한가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달러-원 환율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400원까지 오르는 등 외환시장이 급속도로 불안해지며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17일 달러-원 급등에 한은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통화정책을 차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점도 일조했다면서, 현재와 같은 외환시장 상황에서는 연준보다 일찍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면서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것이 '차별화'의 필수 조건이라는 분석이다.

    ◇중동·美금리 양펀치에 애매한 한은…요동치는 외환시장

    외환시장에서 달러-원은 전일 장중 1,400원에 고점을 기록했다. 2022년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단행되던 시기 이후 처음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위기감이 고조된 데다 연준 금리 인하 기대의 후퇴도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경제지표가 지속해서 강하게 나오면서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인식이 급속 확산하는 중이다. 심지어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가 한차례 인상될 가능성도 미미하게나마 반영되기 시작했다.

    달러 강세가 심화한 가운데 원화는 최근 주요 통화 중에서도 눈에 띄는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는 국내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원유 수입국인 점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또 이창용 총재 등 한은의 주요 인사들이 연준과 통화정책 차별화 가능성을 연일 강조한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 총재는 지난 금통위에서 환율 상황에 대해 "우리만 절하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윤제 금통위원도 전일 환율에 대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발언했다. 이에 앞서 서영경 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각국의 경제여건이 차별화될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도 다소 차별화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해 환율의 신축적 변동을 통한 대외충격 흡수(shock absorber)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은 연준보다 일찍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외환시장에 타격이 올 것이라는 우려를 제어하려는 속내가 묻어난다.

    하지만 이는 한은이 원화의 약세를 용인할 수 있다는 인식도 시장에 심어줬다.

    A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전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공동 구두개입을 내놓기도 했지만, 발언 수위가 온건하다는 생각"이라면서 "1,400원이란 상징성이 있어 구두개입을 했지만, 속도 조절 정도만 의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준과 '차별화' 가능하겠지만…환율 안정 필수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선택은 여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봤다. 한은이 반복적으로 '차별화'를 강조한 만큼 국내 물가 상황에 집중해 정책을 펴겠다는 점은 어느 정도 각인된 셈이다.

    다만 연준이 기존의 스탠스 대로 향후 금리를 내리면서 외환시장의 안정이 선행된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봤다.

    B외국계은행의 딜러는 "이 총재가 연준과 차별화를 이야기하면서 미국이 금리 인하 사이클일 때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외환시장이 지금 불안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는 점만 보장되면 그때는 다시 안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지금은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인가 자체가 기로에 선 상황"이라면서 "당초 연내 6번 금리 인하 기대가 이제 한 번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유가 등을 보면 4월 물가 숫자도 높을 수 있고, 이럴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가 없다는 쪽으로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딜러는 "연준이 인하 사이클이 아니라고 하면 한은도 금리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은행의 딜러도 "한은이 연준보다는 국내 물가에 따라 금리 정책을 하겠다는 점은 유효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환율이 이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서도 물가에 상방 압력을 작용하는 수준이고, 무엇보다 유가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환율이나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국내 물가도 오를 수밖에 없는 만큼 금리 인하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C외국계은행의 딜러도 "달러-원이 1,400원대인데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외환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돼야 연준보다 빠른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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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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