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환당국, 160엔선 임박한 달러-엔 실개입 망설이는 이유
  • 일시 : 2024-04-27 06:19:37
  • 일본 외환당국, 160엔선 임박한 달러-엔 실개입 망설이는 이유



    (뉴욕=연합인포맥스) 정선영 특파원 = 일본 외환당국이 달러-엔 환율이 160엔선을 앞두고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음에도 실개입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현재가(화면번호 6416)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지난 3월19일 150엔선을 웃돈 후 불과 한 달 만에 158엔대로 급등했다.

    당초 달러-엔 환율 153엔대에서 본격적으로 일본 외환당국이 실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달러-엔 환율이 154엔선, 155엔선, 156엔선, 157~158엔선을 넘는 동안 당국의 달러 매도 물량은 눈에 띄게 유입되지 않았다.

    일본 외환당국이 연달아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단기 효과에 그쳤다.

    강도높은 실개입 행보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달러-엔 환율은 가파르게 올랐다.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 약세를 우려하면서도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을 크게 거스르기 어려운 형국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격차가 벌어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하락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초만 해도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 강세, 달러 약세 구도가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 연준은 금리인하에서 한 발 물러섰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사실상 올해 금리인하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가 1.6%로 나오면서 잠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물가 상승) 우려가 불거졌으나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탄탄한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3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지표도 견조하게 나오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미 연준은 이처럼 좋은 경제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막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난 일본과 5.25~5.50%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미국 간의 금리 격차는 더 오래 유지될 공산이 크다.

    심지어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은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BOJ는 전일 통화정책 결정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완화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발언은 달러 대비 엔화 약세에 힘을 실었다.

    우에다 총재는 당분간 통화 완화 여건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며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통화 정책은 환율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엔화 약세 장기화 가능성은 제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일본은행(BOJ)의 엔화 약세 용인 발언과 함께 달러 강세를 반영하며 달러-엔 환율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에 일본 외환당국은 157엔대, 158엔대 환율을 두고도 섣불리 매도 개입에 나서기 어려워졌다.

    대규모 달러 매도 실개입에 나설 경우 환율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펀더멘털 요인이 받쳐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미국과 일본의 경제 여건과 통화정책 속도 차이가 벌어지면 엔화 약세, 달러 강세 구도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봤다.

    당장 달러-엔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일본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다 해도 달러-엔 환율 하락(엔화 강세)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요인이 부족한 셈이다.

    외환시장은 이미 달러-엔 환율이 153엔대를 넘은 이후부터 줄곧 실개입 눈치를 봐 왔다.

    구두개입만 이어지면서 달러-엔 환율이 조심스럽게 오른 만큼 실개입에 나서기 위해서는 투기성 달러 매수, 엔화 매도가 집중된 시점이 나을 수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가속화할 의지를 보일 경우 엔화 매수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이안 린젠 BMO 캐피털마켓츠 전략가는 지난 24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는 "몇 주 정도에 그칠 것"이라며 "BOJ는 더 많은 조치를 하기 전에 금리인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안다의 켈빈 웡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4월 근원 인플레이션 1.8%는 2022년 9월 이후 가장 둔화된 상승폭을 나타내며, BOJ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보다 낮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