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한국물 호황…매크로 불안에 스프레드 부담까지
  • 일시 : 2024-05-02 12:49:00
  • 한풀 꺾인 한국물 호황…매크로 불안에 스프레드 부담까지

    주춤해진 투심, NIP 감수 불가피

    발행사 눈높이 재설정 필요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활황을 이어가던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기관들의 투자 심리가 이전보다 주춤해지면서 일정 수준의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수요 확보 또한 이전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중동 사태와 미국 금리인하를 둘러싼 불확실성 등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탓에 북빌딩(수요예측) 시기를 고심하는 사례도 늘었다.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발행사의 금리 눈높이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황 막 내렸나…듀얼 트랜치·벤치마크 규모 속속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물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기관들의 매수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연이은 한국물 스프레드 축소로 금리 부담이 커진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달러채 북빌딩에 나선 기업들이 전보다 줄어든 주문량을 확인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시장을 찾은 KB국민은행 딜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드러났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 진행한 북빌딩을 통해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에 각각 13억5천만달러, 14억5천만달러의 주문을 모았다.

    발행 규모는 3년과 5년물 각각 3억달러였다. 참여 기관은 3년물 72곳, 5년물 78곳이다. 물량을 받아 간 곳은 대부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 집중됐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시장을 찾은 한국물 발행사들이 트랜치당 20~40억달러 안팎의 수요를 확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달라진 분위기는 트랜치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투자 수요 확보가 이전만큼 쉽지 않아지면서 트랜치를 나눠 각각 벤치마크 사이즈로 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북빌딩에 나선 KB국민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하나은행 등이 3년과 5년물 FXD를 각각 3억달러씩 찍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하나의 트랜치로 5억달러를 찍는 것마저 힘든 시장"이라며 "과거에는 7~8억달러 수준을 찍던 듀얼 트랜치를 택하되 각 트랜치별로 공모 최소 규모인 3억달러를 발행해 겨우 6~7억달러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환경에 발행사들은 NIP을 일부 감수하고 시장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중동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시장을 찾았던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마이너스(-) NIP이 자취를 감췄다. 기업물이라는 희소성에 중동 사태가 주춤해진 틈을 잡았던 LG전자 정도만이 NIP을 마이너스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지나친 금리 욕심, 악순환 불가피…시각 전환 필요

    투자 심리는 주춤해졌지만, 발행사의 눈높이는 달라진 시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날이 시장 환경이 출렁이고 있지만 발행사의 금리 눈높이는 직전 발행물로 국한되면서 투자자와의 접점 찾기가 더욱 쉽지 않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북빌딩 전 이스라엘의 보복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춤했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이에 당초 북빌딩 시점으로 고민했던 지난달 22일 대신 24일에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다행히 북빌딩에서는 넉넉한 주문을 확인하는 등 안정적인 분위기를 확인했으나 마지막까지 남은 주문은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10억달러, 8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발행 규모가 3년과 5년물 각각 3억달러라는 점에서 완판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통상적인 달러채 발행물보다는 주춤한 수치였다. 참여 기관은 3년물 46곳, 5년물 39곳에 그쳤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종제시금리(FPG,, Final Price Guidance)를 타이트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견조하게 쌓아 올렸던 주문이 대거 빠져나갔다는 후문이다.

    다른 업게 관계자는 "기관들의 투자 심리가 주춤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3월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모든 딜이 NIP을 조금씩 감수해야 하거나 이를 지불하지 않으면 수요를 겨우 확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은 달라졌는데 기업들은 동종업의 앞선 발행물을 금리 경쟁점으로 삼으면서 무리하게 북빌딩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투자자 베이스를 망가뜨리며 겨우 조달을 마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녹록지 않은 환경인 만큼 지나친 금리 절감은 도리어 한국물 시장 전반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반짝 회복된 틈을 겨냥해 스프레드 절감에 나설 순 있겠지만 이후 다시 시장 불안이 커지면 이는 후발주자에게 부담이 된다"며 "시장 상황이 바뀌었는데 스프레드를 줄이겠다고 마구 밀어붙이는 식으로 해외 발행시장을 찾는 모습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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