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G 강민주 "韓 주식은 신흥국, 채권은 선진국에 가깝다"
  • 일시 : 2024-05-09 14:00:57
  • [인터뷰] ING 강민주 "韓 주식은 신흥국, 채권은 선진국에 가깝다"

    "외환시장 개방, 원화자산 매력 제고 병행돼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우리나라 주식은 신흥국 자산에 가깝고, 채권은 선진국 자산에 가깝다."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일 연합인포맥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내년 초에 가능하겠지만, 주식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될 외환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해서는 주식과 채권 등 "원화 자산의 매력도를 높이는 작업이 함께 병행돼야 총체적인 관점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외환시장 개방은 자산시장에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넓혀주겠다는 시도"라면서 "전반적인 금융시장 선진화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이자 수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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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GBI 편입은 내년 초…MSCI는 몇 년간 어려울 듯

    강 이코노미스트는 WGBI 편입은 내년 초쯤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는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이 봤을 때 국고채(KTB)는 선진국 자산처럼 움직이고, 안전자산의 지위가 많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주식은 아직 신흥국 쪽에 있고, 원화는 둘 사이의 중간"이라고 말했다.

    WGBI 편입과 관련해서는 관계기관의 요구사항을 많이 충족한 상태로 시스템 테스트와 검증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채권보다 주식은 갈 길이 멀다"면서 "더블 카운팅(이중 계산), 멀티플 리스팅(다중 상장) 등 지배구조 자체가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재벌 2, 3세로 가면서 지배구조가 깨끗해질 수 있지만 이런 면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센티브를 주거나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화의 위상에 대해서는 자산시장이나 자산배분 관점에서 보면 선진국 통화와는 거래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절대적인 변동성이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등 신흥국 통화에서 선진국 통화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맞다. 원화가 예전에 비해 안정화하면서 과거 신흥국 통화의 특성이 많이 없어졌지만, 선진국 통화에 속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면 아직 거기까지는 못 미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호주달러와는 다른 원화…NDF 수요 '부분적으로' 흡수

    강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차액결제선물환(NDF)을 선물환(DF) 시장으로 성공적으로 흡수한 호주달러와 원화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달러는 이미 영연방 국가의 통화로 지원받고 있었고, 원화보다 더 국제화돼 있었다. 또한 원자재 통화라는 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화는 통화의 지위가 다르다. 위안화처럼 (연장된 거래 시간이) 별개의 시장이 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의 국제화는 요원한 이야기다. 태생적으로 사이즈가 너무 작고,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열기는 해야 하는데 트라우마가 있고 불안함이 있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제 한국이 순채무국이 아닌 순채권국으로 경제구조가 많이 변했다. 파이프라인을 늘리는 것이 우리나라에도 이득이 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라면서 "당국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NDF 시장이 큰 이유는 원화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증거다. 많은 수요 중 일부는 DF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NDF 시장의 거래 편의성을 고려하면 결제(settlement)가 필요하지 않은 참가자는 여전히 NDF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조개선을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기대에는 선을 그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시스템 리스크상 변동성 기제는 좋아졌지만 시장 경제에 의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기제는 커졌다"면서 "금융시장 개방성과 환율제도 유연성이 높아지면 변동성이 줄어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한미 정책 공백기…"2분기 환율 변동성 높게 유지"

    강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원 환율이 2분기에 1,400원을 찍고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정책 공백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의 공백기에는 시장의 기대심리에 의해 많이 움직이고 데이터에 의해 일희일비하게 된다. 변동성이 2분기까지는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NG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 오는 9월 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또한 9월 인하에 앞서 7, 8월에는 경제지표가 둔화하는 쪽으로 나오면서 강달러에 대한 되돌림이 나오고 원화 절상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강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달러-원 환율에 대해 2분기 1,330~1,340원, 3분기 1,280원, 4분기 1,300원으로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4분기에 환율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는 미국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이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모두 보호주의 입장이어서 시장 심리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때가 되면 미국 금리는 떨어져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정치적 리스크가 시장 리스크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 비해 외환당국의 개입이 줄어들었다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서는 "당국이 모니터링은 똑같이 하는 것 같다. 다만 개입 대신 다른 수단을 많이 강구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타이밍이나 시장을 보는 관점의 문제도 있다. 지금은 원화 절하가 우리 문제라기보다 대외적인 요인이라 생각하고 있어 개입이 의미가 있는지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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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기 GDP는 서프라이즈…소비 호조는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과 관련해 강 이코노미스트는 "굉장히 서프라이즈"라면서도 소비가 좋게 나온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puzzling)"고 평가했다.

    그는 "소매판매가 좋지 않았는데 소비가 좋게 나온 것은 퍼즐링하다"면서 "소비자 심리지수가 5~6개월째 중립인 100보다 높은 수준이며 소비자들의 신뢰도도 낮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높지만, 심리는 그렇게 나빠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면서 "소비를 뜯어보면 해외여행 지출이 워낙 좋았고, 재화 소비보다는 서비스 소비 즉, 여행 등이 좋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내수가 좋은 상황이 아닌 수출 영향이 컸던 "양극화된 회복"이라고 강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올해 남은 기간에 대해서는 2분기 0.1%, 3분기 0.3%, 4분기 0.3%의 성장률을 예상해 연간으로는 2.5%의 성장을 점쳤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에는 순수출 자체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줄어들기보다는 원자재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수지가 줄어들어 순수출 기여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은 1분기에 일시적으로 호조였으며 소비도 고금리 부담에 더는 늘어나기 어려워 2분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를 제외하고 경제가 다소 부진하겠지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많이 내리지 못할 것으로 강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 미국과의 금리차 역전은 괜찮지만, 구조적으로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낮게되면 자본 유출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금리를 완화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이며 중립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와 내년에 각각 25bp씩 두차례 인하하는 것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강민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네덜란드계 ING은행의 서울지점에서 한국과 일본 경제를 담당하고 있다. ING 이전에는 국민연금에서 전략리서치팀장으로 일했고, JP모건과 세계은행 등에도 근무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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